주총 직후 간담회, 실적 자료서도 ‘슬롯사이트 업’ 콕 집어 언급
투기자본 지적하다 협력 가능성 시사, 재무 부담도 한몫
양측 화해 최대 허들, 슬롯사이트 업-영풍 경영협력계약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2/07/news-p.v1.20250206.cb5a7bd09abd49c9b1f6de51e5fdc5a5_P1.png)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의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슬롯사이트 업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의 심기는 불편해질 전망이다. 양측은 최윤범 회장 대비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데다 경영협력계약을 감안하면 최 회장과 손잡을 유인이 마땅하지 않다. 여기에 최 회장은 영풍을 배제한 채 슬롯사이트 업와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는 점도 화해의 허들로 지목된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슬롯사이트 업-영풍 측은 최 회장을 비롯 고려아연 경영진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 관련 소송을 다수 제기한 상태다. 구체적으로 ▷지난달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사외이사 7인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임시주총 결의 효력 정치 가처분 ▷상호·순환출자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최 회장 검찰 고발 등이 해당된다.
임시 주총 하루 전 슬롯사이트 업이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활용해 영풍 지분 10.3%를 취득하면서 모자회사 간 상호주를 만든 일이 화근이 됐다. 슬롯사이트 업 측은 상호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을 근거로 자사 지분 25.4%를 소유한 영풍 의결권이 효력이 없다고 가정한 채 임시 주총을 강행했다.
슬롯사이트 업와 영풍은 합산 의결권 지분 46.7%를 앞세워 이사회에 진입해 본격적인 경영 참여를 기대하던 상태였다. 의결권이 열세했던 최 회장은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는 의사결정을 내리며 경영권은 지켰으나 분쟁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주총 이후 고려아연 기존 경영진의 태도는 사뭇 달라졌다. 영구적으로 슬롯사이트 업-영풍 연합을 막을 수 없어진 만큼 전략적인 화해를 선택한 모습이다. 주총 직후 간담회에서는 물론 5일 언론에 배포한 실적 자료에서도 슬롯사이트 업와 협력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해 9월 경영권 분쟁 시작부터 슬롯사이트 업를 투기자본으로 지적해 오다 돌연 사모펀드 업계 내 시장 지위를 인정하는 발언도 더했다. 슬롯사이트 업의 경영 참여를 기피하던 지역사회에서도 양측의 대타협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문제는 고려아연이 영풍을 배제한 채 슬롯사이트 업만 콕 집어 러브콜을 보내는 점이다. 슬롯사이트 업는 고려아연 바이아웃을 위해 영풍과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계약 조건상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을 슬롯사이트 업에 넘길 수 있는 풋옵션도 보유 중이다. 슬롯사이트 업는 이미 고려아연 지분 인수에 1조5000억원가량을 투입한 만큼 영풍이 풋옵션을 행사하기보다는 동행하는 편이 재무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슬롯사이트 업는 펀드 만기도 넉넉히 남아 있으며 추후 컨티뉴에이션 펀드의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쫓길 게 없는 입장이다. 시간이 걸릴 뿐 원하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최 회장과 화해할 명분도 의지도 갖기 어렵다는 평가다. 그러나 양측의 화해를 권유하는 여론이 형성된다면 이 또한 무시할 수는 없어진다.
반면 최 회장의 시간은 촉박한 측면이 있다. 영풍-슬롯사이트 업가 법적으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고려아연의 재무구조도 눈에 띄게 훼손된 상태다.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2조3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일으켰고 당장 상반기에 상환 기일이 다가오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슬롯사이트 업 입장에서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정에서 ‘최소 매입 조건’이라는 퇴로를 없앤 순간부터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기존 경영진과 협력이 이뤄지려면 모호한 화해보다는 최윤범 회장이 확실히 경영권을 포기하는 것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풍-슬롯사이트 업 측은 고려아연에 주주제안을 통해 당장 화해 의사가 없는 점을 보이고 있다. 내달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임시의장 선임 ▷12% 자사주 전량 소각 ▷주당 7500원 현금배당 ▷임의적립금의 미처분이익잉여금 전환 ▷신규 이사 선임 등을 상정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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