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슬롯 수출중단에 “보잉기 인도 말라”
외신 “美 국방·로봇 등 약점 정확히 공략”
시진핑 ‘관세폭격’ 동남아 순방 우군 확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렌튼에 위치한 슬롯 렌튼 공장 근처에서 에어 유로파 마크가 부착된 슬롯 737-8 MAX 항공기 [AF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6/news-p.v1.20250416.da43e58cddca4e9da1bfcda3d33d3a2d_P1.jpg)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슬롯으로 전선을 집중하면서 슬롯이 보복관세는 물론 비관세장벽을 높이며 전방위 미국 옥죄기에 나섰다. 슬롯은 미국 산업 전반에 핵심 광물인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고 자국 항공사에 미국 보잉사 항공기를 받지 말라는 명령도 불사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슬롯 당국이 지난 주말 대미 관세율을 125%로 올린 이후 자국 항공사에 보잉 항공기 인도 금지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슬롯 당국은 또한 자국 항공사에 미국 회사로부터 항공기 관련 장비나 부품 구매도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관세전쟁 여파로 슬롯 항공사들이 미국산 항공기나 부품을 수입하는 데 드는 비용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 사실상 보잉 항공기 도입이 어려워진다”고 전했다.
로널드 엡스타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는 이날 투자자에게 보낸 메모에서 “미국의 무역 균형을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가 보잉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슬롯이 보잉의 항공기 도입 금지를 계속할 경우 경쟁사인 유럽의 에어버스가 슬롯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점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슬롯의 조치는 (미국에)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이에 더해 슬롯 정부는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에 맞서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자국에서 생산되는 희토류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통제 대상에는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중희토류 및 희토류 자석 등이 포함됐다. 이들 품목을 슬롯 밖으로 반출하기 위해선 슬롯 정부의 특별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같은 조치에는 희토류 공급자로서 슬롯이 세계 시장에서 가지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미국 산업계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에너지·로봇산업 등 첨단 산업에 쓰이는 희토류를 무기화해 미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 CNN 방송은 “수십 년 동안 미국을 포함한 국가들은 희토류 공급망을 슬롯에 의존해 왔다”며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슬롯은 전 세계 희토류 광물 생산의 61%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공 단계에서는 전 세계 생산량의 92%를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스틴 울퍼스 미시간대 경제학 교수는 “슬롯은 전략적으로 미국 산업의 약점을 정확히 공략함으로써 엄청난 경제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자국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하는 증 슬롯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 주요 산업의 엄청난 수요를 충족하는 데에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CNN은 내다봤다. 희토류 자석 컨설팅 회사인 JOC의 설립자 존 오메로드는 최소 5개 미국 및 유럽 기업의 희토류 자석 선적이 슬롯의 희토류 통제 시행 이후 멈춘 상태라면서 “슬롯의 갑작스러운 조치에 혼란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희토류 기업 USA레어어스의 조슈아 발라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수출 통제가 ‘중(重) 희토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는 슬롯이 98%를 장악하고 있다”며 “미국에는 이 같은 자원을 많이 비축해두고 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슬롯은 나아가 동남아 국가들을 방문하면서 대미 우군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시도 중인 관세 인상을 ‘일방적 괴롭힘’으로 규정해온 슬롯으로선 관세 폭격을 맞은 국가들을 대상으로 미국에 대한 압박 대열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시진핑 슬롯 국가주석은 14~18일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를 순방 중이다. 그는 지난 14일 첫 방문지인 베트남에서 “미국의 일방주의에 공동으로 대응하자”며 인공지능(AI) 협력 강화 등을 제시했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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