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페테르 파울 루벤스 ‘삼손과 데릴라’

미술사학자 독시아디스 “이 슬롯사이트 꽁머니은 가짜”

조악한 붓 터치·현저히 떨어지는 완성도

“20세기 초 마드리드에서 제작” 추정

[0.1초 그 사이]는 역대급 몸값 자랑하는 슬롯사이트 꽁머니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찰나의 순간’으로 승부가 나뉘는 치열한 미술시장에서 선택받은 그림들, 그 안에 얽힌 속사정을 들려드립니다.

모조품 논란에 휩싸인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품.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1609-1610) [내셔널갤러리]
모조품 논란에 휩싸인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품.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1609-1610) [내셔널갤러리]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때는 바야흐로 45년 전인 1980년. 유럽 3대 슬롯사이트 꽁머니 중 하나로 꼽히는영국 내셔널갤러리는 세기의 걸작을 손에 넣게 됩니다.

17세기 유명 화가이자 바로크의 거장인페테르 파울 루벤스‘삼손과 데릴라(Samson and Delilah)’가 바로 그 슬롯사이트 꽁머니입니다.

당시 내셔널갤러리가 크리스티 경매에서 250만 파운드(한화 약 40억 원)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사들인 이 그림. 오늘날 가치로 환산하면,100억 원에 달합니다. 미술사에서 한 획을 긋는 경이로운 순간으로 기록될 정도죠. 루벤스의 붓끝에서 탄생한 강렬한 색채, 그리고 역동적인 구조. 명성이 자자한 슬롯사이트 꽁머니서 이 그림을 마주한 관람객들은 숨죽였고, 미술 전문가들은 루벤스의 정수를 느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반세기가 흐른 지금, 이 화려한 명성에 균열이 가고 있습니다.장엄한 걸작을 두고 충격적인 의혹이 피어오른 건데요. 이 그림이루벤스의 손길이 닿은 슬롯사이트 꽁머니 아닐 수도 있다는 진위 논란이 제기된 겁니다. 한 마디로 이 그림이‘가짜’라는 것이죠.

세계적으로 저명한 미술관이 거액을 들여 구매한 거장의 슬롯사이트 꽁머니 진품이 아닐 수 있다니,믿기지 않는 일이죠. 만일 이 논란이 사실이라면 단순한 진위 여부를 넘어 슬롯사이트 꽁머니계가 쌓아온 신뢰와 권위에 심각한 파장을 일으킬 겁니다. 그야말로 예술의 토대를 발칵 뒤집는 사건이 될 수도 있겠죠.

“루벤스 특유의 붓 터치가 없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내셔널갤러리. 유럽 3대 슬롯사이트 꽁머니 중 하나로 꼽힌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내셔널갤러리. 유럽 3대 슬롯사이트 꽁머니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논란의 중심에는 슬롯사이트 꽁머니사학자에프로시니 독시아디스(Euphrosyne Doxiadis)가 있습니다. 그는 조만간 ‘NG6461: The Fake National Gallery Rubens’라는 저서를 발간해 그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할 예정인데요. (여기서 NG6461은 내셔널갤러리 소장품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의 등록번호를 뜻합니다.)

책에 실리는 핵심 내용을 더 들여다보기 전에, 우선 그림부터 잠시 찬찬히 감상해볼까요.

이 슬롯사이트 꽁머니은영웅 삼손과 그를 꾀어 힘을 빼앗는 데릴라의 배신 드라마가 깃든 루벤스의 대작입니다. 그림을 보면 술에 취한 삼손이 데릴라의 품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는데요. 굵고 강한 근육만 봐도 그가 초인적인 힘을 가진 인물이란 걸 단번에 알 수 있죠. 그런 그의 거대한 몸을 품에 안고 있는 데릴라의 자태는 어떤가요. 애정 어린 얼굴과 우아한 몸짓이 삼손의 취약함을 감싸고 있는데, 그 자체로 데릴라가 어떤 인물인지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1609-1610) 확대 이미지.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1609-1610) 확대 이미지.

그런데 데릴라의 시선은 이발사가 손에 쥔 가윗날에 닿아 있습니다. 그 순간, 이발사가 머리카락을 자르며 삼손의 강력한 힘이 사라지는 결정적인 장면이 펼쳐집니다. 문밖에는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삼손을 잡으려는 군인들이 긴장한듯 대기하고 있고요. 삼손의 운명이 결박되듯 엮여 들어가고 있는 구약성서의 한 구절을 루벤스는 이렇게 묘사한 겁니다.

이 그림은 당시 정치인이었던 니콜라스 로콕스가 루벤스에게 의뢰했던 건데요. 이후 그림은 로콕스 가문이 쭉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리고 내셔널갤러리가 경매 절차를 거쳐 이 그림을 구매했고요.

자, 이제 다시 진위 문제로 돌아가 봅시다. 이런 장대한 그림이 위작이라고 보는 이유로, 독시아디스가 가장 먼저 지적한 건 화면 속붓 터치였습니다. 그는 단언합니다.“루벤스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특유의 유려한 붓 터치와 역동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조악하다’는 겁니다.

독시아디스가 “조악하다”고 표현한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1609-1610) 화면 속 큐피드 조각상 확대 이미지.
독시아디스가 “조악하다”고 표현한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1609-1610) 화면 속 큐피드 조각상 확대 이미지.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화성으로부터 평화를 지키는 미네르바’(1629-1630) 화면 속 아기 천사 확대 이미지. 정교한 붓터치가 눈에 띈다. [내셔널갤러리]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화성으로부터 평화를 지키는 미네르바’(1629-1630) 화면 속 아기 천사 확대 이미지. 정교한 붓터치가 눈에 띈다. [내셔널갤러리]

독시아디스는 같은 슬롯사이트 꽁머니 있는 루벤스의‘화성으로부터 평화를 지키는 미네르바(Minerva protects Pax from Mars)와 비교했습니다. (위의 이미지 2개를 번갈아 살펴보시면 됩니다.)

위 그림에서 아기 천사의 등이 어떻게 표현했는지 살펴볼까요. 살갗이 느껴지는 듯 부드러운 손목의 놀림으로 묘사한 선과 질감, 그리고 정교한 명암 표현이 돋보이죠. 루벤스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붓 터치가 생명의 온기를 불어넣고 있는 건데요.

그런데 이에 비해 삼손과 데릴라 슬롯사이트 꽁머니 속큐피드 조각상은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집니다.형태는 둔탁하고, 명암의 섬세함은 부족하죠. 급하게 쓱쓱 대충 그린 것만 같은 인상을 주는데, 17세기 화가들이 이를 용납했을 리 없다는 게 독시아디스의 주장입니다.

또 삼손의발가락은 어떨까요. 자세히 보면, 화면 밖으로사라진 상태입니다.루벤스의 원본을 바탕으로 제작된 야콥 마탐의 동판화와 프란스 프란켄 2세의 회화에서는 삼손의 발가락이 온전히 담겨 있는데 말이죠. 루벤스가 할 법한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1609-1610) 화면 속 삼손의 발 부분 확대 이미지. 발가락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1609-1610) 화면 속 삼손의 발 부분 확대 이미지. 발가락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슬롯사이트 꽁머니 가짜라고 의심이 되는 점이 더 있는데요. 내셔널갤러리는 이 그림의 뒷면이 20세기 어느 시점에 나무 합판 위에 접착되었을 것으로 주장해 왔는데, 이와배치되는 증언이 발견된 겁니다.

독시아디스는 금융업자이자 미술 애호가였던 고(故) 얀 보셀라스로부터 1980년 이 슬롯사이트 꽁머니 판매되기 전에 액자에서 벗겨진 상태의 그림이 찍힌 당시 사진을 확보했는데요. 사진 속 그림의 뒷면을 보니, 이미 슬롯사이트 꽁머니 나무 합판이 붙어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경매로 슬롯사이트 꽁머니 판매되기 전부터 나무 합판에 그림이 붙어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셈입니다.

독시아디스는 좀 더 구체적인 출처도 밝혔습니다. 이 그림이비교적 최근인 20세기 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건데요. 이렇게 구체적인 내용까지 제시했으니, 이 그림을 ‘잃어버린 걸작’이라고 오랜 시간 추앙했던 내셔널갤러리에 제대로 반기를 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자화상’(1630)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자화상’(1630)

그는 조사를 거듭한 끝에 한 인물에 주목했습니다. 바로 브라질 출신의 보존가 가스통 레비(Gaston Lévy)입니다. 그는 스페인의 유명 화가 호아킨 소로야와 함께 활동했던 화가이기도 합니다.

그는 소로야 미술관을 방문한 순간 확신이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소로야 슬롯사이트 꽁머니서) 첫 번째 그림을 본 순간, 내셔널갤러리의 삼손과 데릴라와 스타일이 흡사하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고 말이죠. 이후 독시아디스는 레비가 1929년 한 독일 미술상에게 이 그림을 팔았다는 기록까지 입수했습니다.

그래서 정리해 보면 간단합니다.

이 작품은 17세기에 그려진 루벤스의 슬롯사이트 꽁머니 아니라, 20세기 초 소로야의 제자들이 원본을 참고해 모사한 그림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 짝퉁 그림을 내셔널갤러리가 약 100억원을 들여 구매한 거고요.

AI도 ‘위작 가능성 91%’ 판정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 슬롯사이트 꽁머니 진위 논란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21년인공지능(AI)도 이 슬롯사이트 꽁머니 모조품이라고 판정한 적이 있거든요. 스위스 기업인 ‘아트 레커니션(Art Recognition)’과 카리나 포포비치 박사 연구팀이 AI로 그림을 분석한 결과,91% 확률로 이 슬롯사이트 꽁머니 진품이 아니라는 충격적인 결론이 나왔습니다.

포포비치 박사 연구팀은 AI에 예술가들의 붓질 표현 방식을 비롯해 세부적인 기법을 입력해 전체 슬롯사이트 꽁머니을 스캔하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진품으로 알고 있는 루벤스의 그림 148점을 비교 분석하게 했는데, 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한 삼손과 데릴라에서 표현된 배열을 비롯한 모든 기법을 가짜라고 판단한 겁니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이른 아침의 헤트스테인 풍경’(1636). AI는 이 그림을 98.76% 확률로 진품 판정했다. [내셔널갤러리]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이른 아침의 헤트스테인 풍경’(1636). AI는 이 그림을 98.76% 확률로 진품 판정했다. [내셔널갤러리]

흥미로운 점은, AI가 루벤스의 또 다른 슬롯사이트 꽁머니인 ‘이른 아침의 헤트스테인 풍경(A View of Het Steen in the Early Morning)’은 98.76%의 확률로 진품이라고 판별했다는 겁니다. 이런 극명한 대비에 연구팀조차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상을 뒤엎는 당혹스러운 결과에 포포비치 박사도 “실수하지 않으려고 반복 실험했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다”고 재차 강조했야만 했죠.

현재 내셔널갤러리와 슬롯사이트 꽁머니을 판매한 경매사인 크리스티는 이런 논란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그들의 침묵은 오히려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을 정도예요.

우리가 무려 반백 년 동안 진품이라고 믿어왔던 슬롯사이트 꽁머니 진위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독시디아스가 언급한 것처럼언젠가 진실은 결국 드러나게 될까요. 그리고그 순간, 슬롯사이트 꽁머니계는 과연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참고자료

Fresh doubt cast on authenticity of Rubens painting in National Gallery, Dalya Alberge, The Guardian.

Is This Rubens Real? Inside the ‘Samson and Delilah’ Debate, Shanti Escalante-de Mattei, AR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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