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인터넷 바카라 멤버들이 자신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제주항공 참사 추모 리본 착용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해 12월 30일 인터넷 바카라 멤버들이 자신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제주항공 참사 추모 리본 착용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새 팀명 NJZ로 독자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룹 인터넷 바카라와 소속사 어도어, 모기업 하이브가 제주항공 참사 직후 추모 리본 착용을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 바카라는 지난해 12월 제주항공 참사 직후 일본 TV 출연 당시 추모 리본을 착용하려 했으나 소속사가 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그러나 “추모 리본 패용을 회사가 막을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인터넷 바카라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세종이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어도어가 다섯 멤버를 상대로 낸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에 제출한 변론 자료에 따르면 그룹은 지난해 12월 30일 일본에서 열린 제 66회 레코드 대상에 추모 리본을 착용하고 공연하려 했으나 소속사 측에서 이를 막았다.

멤버들의 법률대리인은 “어도어 관계자가 추모 인터넷 바카라을 달면 일본 시청자들의 문의 전화 폭주로 방송국 업무가 마비돼 방송사고가 난다”는 이유로 착용을 만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당시 멤버들은 일본 방송국 측에 문의, “문제없다”는 내용을 회신 받은 뒤 멤버들이 직접 만든 추모 인터넷 바카라을 달고 공연했다는 주장이다. 하이브 측에서 인터넷 바카라을 구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방송을 살펴보면 같은 시상식에 참석한 하이브 레이블 산하 다른 걸그룹인 르세라핌과 아일릿이 착용한 리본과 인터넷 바카라가 착용한 리본의 모양이 다르다. 인터넷 바카라 측은 “인터넷 바카라만 추모 리본을 달지 않고 출연했다면 평판을 훼손당하고 지탄의 대상이 될 뻔했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이브와 어도어가 인터넷 바카라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이브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인터넷 바카라의 주장에 대해 하이브는 “아티스트의 추모 리본 패용을 회사가 막을 이유가 없다”며 “당시 인터넷 바카라뿐 아니라 각 레이블 아티스트의 추모 리본 패용 여부와 방식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었고 인터넷 바카라에게도 동일한 리본을 제공하려 했으나 자신들이 준비한 리본을 달겠다는 뜻을 밝혀와 의사를 존중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한국과 다른 일본의 방송 여건을 감안해, 방송사와의 사전 조율이 필요한 점을 각 레이블에 전달했다”면서 “방송국 측에는 추모 인터넷 바카라 패용 사유에 대한 자막, MC멘트 등을 사전 조율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바카라 멤버들은 지난해 11월 어도어의 의무 불이행 등을 이유로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 어도어와의 법적 공방에 한창이다. 어도어는 인터넷 바카라와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법원에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을 낸 상태다.

이 소송의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전속계약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고, 인터넷 바카라 멤버들이 독자 활동을 이어가지 못하도록 어도어는 멤버들을 상대로 지난 1월 광고계약 체결금지 및 기획사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후 어도어는 인터넷 바카라의 작사, 작곡, 가창 등 음악 활동을 비롯한 연예계 활동을 금지해달라며 가처분 신청 취지를 확대했다.

첫 심문기일에서 어도어 측은 “전속계약 해지 사유로 든 사정을 보면 ‘하이브가 인터넷 바카라를 싫어한다, 차별한다’는 것인데,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 유일하고 주요한 수익원을 스스로 매장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인터넷 바카라가 전속계약 위반 행위를 쌓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인터넷 바카라 측은 “사건의 본질은 하이브와 어도어가 인터넷 바카라를 차별·배척하고, 다른 그룹으로 대체하고 폐기하려던 것”이라며 “그런데도 반성과 사과 없이 오히려 인터넷 바카라를 노예처럼 묶어두고 고사시키려 한다”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