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 에너지부(DOE)에 의해 슬롯사이트사이트로 분류된 것을 두고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가 18일 “마치 큰 문제인 것처럼 상황이 통제불능으로 된 것이 유감”이라며 “큰 일(big deal)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사대리는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와 미대사관이 공동주최한 좌담회에서 “한국이 (민감국가) 명단에 오른 것은 일부 민감한 정보에 대한 취급 부주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전날 DOE의 민감국가 지정에 대해 “외교 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사태나 한국의 정·관계에서 독자 핵무장 발언 등 정치·정책적 이유는 아니며 양국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줄 사안도 아니라는 얘기인데, 이마저도 양국 정부 간 공식 확인된 사실이나 정보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
백번 양보해서 외교적 수사가 섞인 윤 대사대리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 쳐도, 이번 슬롯사이트사이트 사태에서 보여준 정부의 안일한 태도야말로 ‘큰 일’이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 한국이 민감국가 명단에 오른 것은 1월 초로 확인됐고, 국내 언론에 처음 보도된 것은 지난 10일이었다. 정부는 이때까지도 아예 몰랐다 기사를 보고 급하게 사실확인에 나선 정황이 드러났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첫 보도 이튿날인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비공식 제보로 받은 것을 가지고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했다. 심지어 조 장관은 “(민감국가 분류가)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DOE는 14일(현지시간) “이전(조 바이든) 정부는 1월 초 한국을 SCL(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 국가)의 최하위 범주로 추가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슬롯사이트사이트가 파악한 내용과 DOE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과 사전에 협의나 통보를 전혀 받지 못했으며, 두 달이나 뒤늦게 사태를 대강이나마 인지·확인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야는 이 사안을 두고서도 ‘남탓’ 정쟁을 벌였는데 여당은 ‘야당의 줄탄핵과 친중반미 노선’ 때문이라고 하는 주장까지 했다. 민주당은 계엄 사태와 슬롯사이트사이트·여당의 핵무장론이 가져온 외교참사라고 공격했다.
‘갑’에겐 ‘별일’ 아닌 일도 ‘을’에겐 얼마든지 ‘큰 일’이 될 수 있다. 슬롯사이트사이트 사태를 가벼히 넘겨선 안된다. DOE에 따르면 슬롯사이트사이트는 미국과의 원자력·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협력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지금은 외교·안보·통상의 사소한 꼬투리조차 경계해야 하는 때다. 정부 부처와 공직자들은 이번 같은 대처를 되풀이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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