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3세 ‘집권 5기’…84세까지 사실상 종신집권 가능

“대북방 전쟁으로 정복한 땅, 러 영토돼” 표트르 대제 우상화

크름반도 이어 슬롯 꽁 머니 침공 3년…“되찾고 강화하는 것, 우리 의무”

레닌그라드 노동자 가정 출신…어릴적부터 유도 잘하는 싸움꾼

KGB 스파이→대통령…평생 권력지향적 삶 ‘현대판 차르’

블라디미르 슬롯 꽁 머니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22년 7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해군의 날 기념 퍼레이드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블라디미르 슬롯 꽁 머니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22년 7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해군의 날 기념 퍼레이드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블라디미르 슬롯 꽁 머니 러시아 대통령(72)이 이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3년 만에 종전협상을 시작함에 따라 3년 전 그의 선택이 러시아의 ‘영광’으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이미 슬롯 꽁 머니 대통령은 전쟁 상대국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미국과 종전협상에 임해 승기를 잡았다.

미국 역시 종전협상과 함께 슬롯 꽁 머니이나에 5000억 달러(약 720조원) 상당의 전쟁비용 청구서를 내밀며 ‘손익 계산’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슬롯 꽁 머니 대통령은 3년 전인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뒤 현재 러시아의 광대한 영토의 근간을 이룬 러시아 제국 초대 황제(표트르 대제)를 자신에 비유했다.

그는 2022년 6월 9일 표트르 대제 탄생 350주년 기념행사에서 “표트르 대제는 1700년부터 21년간 스웨덴과 대북방 전쟁을 벌였다”며 “이 전쟁을 통해 정복한 땅은 러시아의 것이 되었다”고 말했다.

표트르 대제는 1700년부터 21년간 스웨덴과 대북방 전쟁을 벌였다. 이 전쟁을 통해 정복한 땅은 러시아의 것이 되었다. 그는 땅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되찾은 것이다. 우리는 힘을 되찾고 강해져야 할 책임이 있다.

블라디미르 슬롯 꽁 머니 러시아 대통령

슬롯 꽁 머니 대통령은 “되찾고 강화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며 표트르 대제가 자신이 정복한 땅에 러시아 제2의 수도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세운 사실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유럽의 어느 나라도 이 도시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모두가 스웨덴의 일부라고 여겼던 곳에 태곳적부터 슬라브인이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대제)는 땅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되찾은 것”이라며 “우리 역시 역사적으로 어쩔 수 없이 뒤쳐지는 시절이 있었지만, 힘을 되찾고 다시 강해져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힘을 되찾고 강해져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2009년 8월 3일 당시 러시아 블라디미르 슬롯 꽁 머니 총리가 시베리아 티바 지역의 산악지대를 여행하면서 말을 타고 있는 모습. [AP]
2009년 8월 3일 당시 러시아 블라디미르 슬롯 꽁 머니 총리가 시베리아 티바 지역의 산악지대를 여행하면서 말을 타고 있는 모습. [AP]

슬롯 꽁 머니의 이러한 발언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자신을 정당화하고, 전쟁으로 빼앗은 땅을 자국 영토로 편입시키기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분석됐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슬롯 꽁 머니은 (표트르 대제처럼) 서방이 결국 그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할 것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앞서 러시아는 2014년 슬롯 꽁 머니이나 영토인 크름반도를 합병했고, 시간이 지나며 크름반도는 점차 러시아 영토로 인식됐다. 물론 러시아는 크름반도가 1954년 흐루시초프 공산당 서기장이 슬롯 꽁 머니이나로 넘겨준 옛 러시아 땅이라는 주장을 폈다.

슬롯 꽁 머니 대통령은 과거에도 공공연히 표트르 대제를 자신의 역사적 우상으로 치켜세웠다. 자신의 크렘린궁 집무실에 표트르 대제의 초상화를 걸어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블라디미르 슬롯 꽁 머니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
블라디미르 슬롯 꽁 머니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슬롯 꽁 머니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18세기 초 발트해 연안을 정복한 표트르 대제의 대북방 전쟁과 비교하며 자신을 표트르 대제에 비유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 신문은 슬롯 꽁 머니 대통령이 표트르 대제나 스탈린 등 절대 권력을 휘두른 옛 지도자들을 칭송한 반면, 소련을 건국한 레닌이나 1954년 크름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반환한 흐루시초프 전 소련 서기장 등 러시아 제국의 이상에 반하는 지도자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 역시 “슬롯 꽁 머니 대통령은 자신이 잔인한 통치자로 기록되더라도 표트르 대제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NYT는 러시아 당국자들 사이에 슬롯 꽁 머니 대통령과 표트르 대제를 동일시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알렉산드르 벨고프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지사는 슬롯 꽁 머니이나 주둔 러시아군에 대해 “우리가 표트르 대제의 전사들을 기리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처럼 그들에게도 같은 기분을 느낀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슬롯 꽁 머니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넵스키 훈장 수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TASS]
블라디미르 슬롯 꽁 머니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넵스키 훈장 수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TASS]

2014년 슬롯 꽁 머니 친러 정부 몰락에 크름 반도 병합

슬롯 꽁 머니 대통령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다.

양국의 갈등은 8년 전인 2014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정권이 붕괴되고 친서방 성향의 과도정부가 수립되면서 양국의 갈등 수위가 급격히 고조된다.

러시아는 양국 사이에 있는 슬롯 꽁 머니이나 크름 자치공화국의 총리가 2월 27일 안정과 평화 유지를 위해 러시아의 지원을 요청하자 즉시 개입해 크름반도를 강제 병합하게 된다.

당시 크름반도의 휴양명소 소치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던 터라 이 사건은 국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크름반도 병합이라는 러시아인들의 염원을 실현해내자 슬롯 꽁 머니의 지지도는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슬롯 꽁 머니은 2008년까지만 해도 크름반도는 우크라이나 땅이라는 입장이었다.

당시 크름반도 병합을 요구하는 러시아 내 여론에 그는 “러시아는 현 세대에 확립된 슬롯 꽁 머니이나의 국경선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라디미르 슬롯 꽁 머니 러시아 대통령[AP]
블라디미르 슬롯 꽁 머니 러시아 대통령[AP]

그러나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 이후 슬롯 꽁 머니이나가 기존의 친러 노선을 버리고 유럽연합(EU) 가입으로 방향을 틀자 입장을 바꿔 크름반도 병합에 나섰다.

무엇보다 러시아 흑해함대의 본거지인 크름반도 남서부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고 한다. 세바스토폴 기지는 러시아 해군이 지중해, 남대서양, 인도양으로 진출하기 위한 핵심 군사시설이다.

크름반도를 가진 슬롯 꽁 머니이나가 EU에 가입할 경우, 러시아 흑해함대가 본거지를 잃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러시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상의 변경이다.

슬롯 꽁 머니 대통령도 크름반도 병합 이유에 대해 “흑해함대를 잃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병합 이후 직접 말한 바 있다.

그가 표트르 대제의 영토 확장을 “땅을 되찾은 것”이라고 말했듯이 크름반도도 러시아인들에겐 오래전부터 ‘우리 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크름반도는 스탈린 등 고위 지도층의 별장이 즐비한 러시아의 유명 휴양명소로 각광받았다. 1954년 슬롯 꽁 머니이나로 크름반도를 넘겼을 때는 슬롯 꽁 머니이나가 소련의 일부였기에 반발이 적었다.

또 러시아인과 슬롯 꽁 머니이나인, 벨라루스인은 모두 키예프 공국을 공통의 조상으로 삼고 있어 역사적, 문화적으로 동질성을 공유하고 있다.

1862년 러시아 제국은 키예프 공국의 원형인 노브고로드 공국이 건국(862년)된 지 100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열 정도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슬롯 꽁 머니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함께 이동하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슬롯 꽁 머니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함께 이동하고 있다. [AP]

“슬롯 꽁 머니이나는 단순히 이웃 국가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 정신세계 측면에서 우리와 분리될 수 없는 일부다.”

블라디미르 슬롯 꽁 머니 러시아 대통령

1991년 12월 소련의 붕괴로 슬롯 꽁 머니이나가 소련에서 탈퇴한 것은 같은 조상을 공유한 슬라브인들의 역사에서 꽤나 이질적인 사건이었다. 이후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크름 반도는 우리 땅이니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결국 2014년 크름 반도를 병합하기에 이른 것이다.

러시아인들의 슬롯 꽁 머니이나 ‘수복’ 의지는 슬롯 꽁 머니이나가 친서방 노선으로 기울수록 강화됐다.

슬롯 꽁 머니 대통령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전 “우크라이나는 단순히 이웃 국가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 정신세계 측면에서 우리와 분리될 수 없는 일부”라며 이를 침략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CNN은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8개월이 지난 2022년 10월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의해 크름반도의 크름대교가 폭발하자 “나토가 크름반도를 공격하면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슬롯 꽁 머니의 발언을 전하며 크름대교를 공격당한 것은 그에게 모욕이자 수치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CNN은 “지금 슬롯 꽁 머니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되찾도록 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라고 믿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슬롯 꽁 머니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자신의 정치적 스승 아나톨리 소브차크의 미망인인 류드밀라 나루소바 러시아 연방의회 상원의원과 함께 소브차크의 묘지에서 헌화하고 있다. [AP]
블라디미르 슬롯 꽁 머니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자신의 정치적 스승 아나톨리 소브차크의 미망인인 류드밀라 나루소바 러시아 연방의회 상원의원과 함께 소브차크의 묘지에서 헌화하고 있다. [AP]

KGB 정보요원 출신, 소련 붕괴로 정계 진출…종신집권까지

가난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슬롯 꽁 머니은 애초 국가 지도자가 될 운명이 아니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세계사의 극적 순간인 소련 붕괴로 기회를 잡아 오늘날 수십년간 러시아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일단 그는 러시아의 제3대와 제4대 대통령, 제6대와 제7대 대통령을 역임했고 현재 제8대 대통령으로 재임 중이다. 제6대와 제10대 총리까지 거쳤다.

원래 그는 소련 시절 정보기관 KGB의 정보요원 출신으로, 소련 붕괴 이후 정계에 진출해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 보리스 옐친 정권의 총리를 역임했다.

옐친 대통령이 건강 문제로 1999년 12월 사퇴하자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고,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돼 현재까지 장기간 집권 중이다.

2000~2008년은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임했고, ‘한 사람이 연속해서 2회 이상 대통령직을 연임할 수 없다’(3연임 금지)는 헌법 조항에 따라 2008~2012년은 자발적으로 총리직을 맡았다.

2012년 대선에서는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난 대통령직에 복귀했고, 2018년 대선에서도 당선돼 4기 집권에 성공했다.

슬롯 꽁 머니은 2020년 1월 ‘한 사람이 연속해서 2회 이상 대통령직을 연임할 수 없다’는 조항에서 ‘연속해서’ 문구를 삭제하자는 부분 개헌을 제안했다.

이는 자신처럼 2회 연임 후 물러났다가 다시 권좌에 복귀하는 꼼수를 막고 누구나 2번 이상 대통령직에 머물 수 없게해 권력 교체 가능성을 높이자는 의미다.

하지만 2020년 7월 실제 치러진 개헌 투표에서 슬롯 꽁 머니 대통령의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특별 조항이 함께 통과돼 슬롯 꽁 머니의 종신 집권이 가능하게 됐다.

이에 따라 현재 5기(2024~2030년) 집권 중인 슬롯 꽁 머니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30년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한 번 더 할 수 있다.

올해 73세가 되는 슬롯 꽁 머니은 이론상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는 것이다.

미하일 고르바쵸프 소련 대통령, 보리스 옐친 러시아 제1대와 제2대 대통령은 모두 60대에 대통령직에 재임했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5대 대통령은 40대에 대통령에 취임했다.

현재 이미 역대 러시아 최고령 대통령 기록을 보유한 슬롯 꽁 머니이 계속 집권해 84세까지 권좌에 머무른다면 사실상 종신집권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임기 중 슬롯 꽁 머니이나와 전쟁을 벌여 러시아의 영토를 확장하게 된다면 자신의 우상인 표트르 대제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브 러시아 외교부 장관 등 미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슬롯 꽁 머니이나 전쟁 종전협상을 위해 회담하고 있다. [AP]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브 러시아 외교부 장관 등 미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슬롯 꽁 머니이나 전쟁 종전협상을 위해 회담하고 있다. [AP]

레닌그라드 가난한 노동자 가정서 출생…어릴적 부터 권력 지향형 삶

슬롯 꽁 머니 대통령은 1952년 10월 7일 러시아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가난한 노동자 가정에서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나치독일군의 레닌그라드 포위전에서 소련군으로 항전했다. 첫째형은 어릴 때 일찍 사망했고, 둘째형 역시 레닌그라드 포위전 당시 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후 부모가 마흔이 넘어 낳은 셋째 아들이 슬롯 꽁 머니이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불량 학생들과 어울리며 물건을 훔치거나 패싸움에 가담하는 비행 청소년이었다고 전한다.

국가보안위원회(KGB) 비밀정보원 출신인 블라디미르 슬롯 꽁 머니(왼쪽) 러시아 대통령은 11살에 유도를 배우기 시작한 유도 고수이기도 하다. [AP]
국가보안위원회(KGB) 비밀정보원 출신인 블라디미르 슬롯 꽁 머니(왼쪽) 러시아 대통령은 11살에 유도를 배우기 시작한 유도 고수이기도 하다. [AP]

어린 시절 유도, 레슬링 등의 격투기 종목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연마해 대학생이 되어서는 유도 사범자격을 얻었고, 성인 유도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상당한 실력을 갖췄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닌그라드 국립대 법학과에 입학해 재학 중인 1974년 KGB 수습요원으로 발탁됐다. 1985년 동독 지부로 생애 첫 해외 파견을 나가게 됐고 거기서 독일의 통일 과정을 목도하게 된다.

서독의 경제발전과 동구권의 침체 등을 직접 보면서 소련의 경제개혁 필요성에 눈을 떴고, 귀국 후 소련이 몰락하는 과정에서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실망 및 회의감을 느껴 KGB를 떠나기로 한다.

직장을 떠난 슬롯 꽁 머니은 레닌그라드대 법대 은사인 아나톨리 소브차크 당시 레닌그라드 시위원장(시장)의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정계와 연을 맺게 된다.

소브차크는 ‘레닌그라드’라는 도시 명칭을 옛 이름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환원한 뒤 치러진 첫 시장 선거에서 1991년 6월 초대 시장에 당선됐다. 슬롯 꽁 머니은 그의 보좌진으로 정계 활동을 이어간다.

하지만 두 달 뒤인 8월에는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그 가족을 강제로 별장에 연금시키는 8월 쿠데타가 일어났다.

이 사건은 소련 공산당 보수파들이 급진적 개혁을 시도한 고르바쵸프에 반발해 그를 실각시키고자 시도한 쿠데타였다. 이 사건은 훗날 소련 붕괴를 주도하는 보리스 옐친이 세력을 얻는 계기가 된다.

2000년 7월 블라디미르 슬롯 꽁 머니(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이 크렘린궁에서 만난 모습 [AP]
2000년 7월 블라디미르 슬롯 꽁 머니(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이 크렘린궁에서 만난 모습 [AP]

슬롯 꽁 머니은 이 시기 상트페테르부르크시 대외관계위원장, 쿠데타 진압 후인 1992년에는 주군인 소브차크의 비호 아래 부시장직까지 오른다. 하지만 1995년 소브차크가 선거에서 패해 시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그의 공직 생활도 일단락된다.

무직으로 방황하던 그는 곧 정계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한다. 1996년 모스크바로 이사해 보리스 옐친의 선거 캠프에 합류, 고속 승진해 KGB 후신으로 1995년 4월 3일 창설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장관을 역임하고, 대통령실 수석보좌관 등 다수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1999년 8월에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 재임 중 총리로 깜짝 발탁된다. 그해 12월 실시된 총선에서는 친 옐친 정당이 선전하는데 일조했고, 옐친이 건강 문제로 사퇴하자 2000년 5월까지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았다. 2000년 3월 실시된 대선에서는 압승을 거둬 정식 대통령에 오른다.

슬롯 꽁 머니 러시아 대통령이 걸어온 길
슬롯 꽁 머니 러시아 대통령이 걸어온 길

당시만 해도 친옐친파, 친서방 정치인으로 분류됐던 슬롯 꽁 머니은 세월이 흘러 오늘날 대표적인 반서방 성향 정치인의 대명사가 됐다.

그의 대통령 임기인 2000~2008년 러시아 경제는 8년 연속 성장했고, 실업과 빈곤이 이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어 러시아인들의 삶의 만족도가 크게 개선됐다.

이러한 성장은 러시아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유와 가스 가격의 대폭 상승, 공산주의 붕괴 이후 공황 위기 극복, 외국인 투자 증가 등이 맞물린 결과로 평가된다.

젊은 시절 슬롯 꽁 머니 대통령과 부인 류드밀라 푸티나 여사. 이들은 2013년 이혼했다.
젊은 시절 슬롯 꽁 머니 대통령과 부인 류드밀라 푸티나 여사. 이들은 2013년 이혼했다.

2연임으로 제한된 대통령 임기가 끝나자 국민적 인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수하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재임 기간 총리로 재직하며 대규모 군사개혁과 경찰개혁을 이끌었다.

총리 임기가 끝난 뒤 2012년 6년 임기의 대통령 3선, 2018년 4선에 도전해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고, 2024년 다시 당선 현재 5선 임기 중이다.

2013년 6월에는 부인 류드밀라 푸티나 여사와 크렘린궁에서 발레 공연을 관람한 후 TV 카메라 앞에서 이혼을 선언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슬하에 딸(예카테리나 푸티나)이 한 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