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부담, 기준메이저사이트는 ‘동결’

메이저사이트 투자 장기화 추세, DPI 부담에 매각 수요↑

대기업 구조조정 수요 지속, 대형 메이저사이트 투자 여력 충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의 행정부가 20일 출범을 앞두면서 국내 인수합병(M&A) 업계도 시장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화정책 완화 기조로 M&A 활성화를 기대해 왔으나 인플레이션율이 잡히지 않으면서 메이저사이트 방향성에 일관된 전망이 나오지 않고 있다.

M&A 시장을 견인하는 기관전용 사모펀드(메이저사이트F) 운용사의 행보가 최대 관심거리다. 고금리가 드리운 지난 3년 동안 포트폴리오 정리가 미뤄진 상태다. 그럼에도 주요 운용사들은 과거 투자 성과를 바탕으로 자금 조달에서는 저력을 보이며 유동성을 속속 확보했다. 고금리보다 무서운 ‘펀드 성과 평가’의 시간이 도래한 만큼 투자금 회수와 소진 의무에 따라 거래 활성화는 필연적이란 분석이다.

금리 압박하는 트럼프 시대, 메이저사이트 매각 수요가 압도?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메이저사이트를 3%로 동결했다. 지난해 10월, 11월 연달아 메이저사이트를 25bp씩 두 차례 인하했으나 이번에는 현상유지를 택했다. 2009년 금융위기 수준에 육박하며 1400원 후반대에 형성되는 환율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메이저사이트인하 기조에 제동을 걸면서 시장 기대감도 한풀 꺾일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타이트한 관세 정책까지 예고하고 있어 수출 산업의 부정적 영향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올해 내내 기준메이저사이트를 동결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달러강세가 심화된다면 한은 역시 메이저사이트인하에 나서기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조달 비용을 결정짓는 기준메이저사이트는 M&A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달 비용이 저렴했던 2021~2022년 상반기까지는 역대 최대 규모 거래가 이뤄진 바 있다. 다만 2022년 하반기 들어 기준메이저사이트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M&A 시장도 역성장을 피할 수 없었다.

금리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거스를 수 없는 시장 흐름은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메이저사이트의 포트폴리오 매각 수요가 어느 때보다 높다. 고금리 시기 매도자와 매수자 간 밸류에이션 격차가 좁혀지지 않아 처분되지 못한 포트폴리오가 적지 않다.

이로 인해 메이저사이트의 투자 기간이 5년을 초과한 매물은 롯데카드(MBK파트너스), 케이카(한앤컴퍼니), 쌍용C&E(한앤컴퍼니), 홈플러스(MBK파트너스), 락앤락(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에이블씨엔씨(IMM프라이빗에쿼티), 롯데손해보험(JKL파트너스) 등 상당수다.

시장 관계자는 “출자자(LP)가 메이저사이트F에 출자한 기간 동안 배분 받는 현금을 나타내는 DPI 등을 운용사 평가 지표로 삼으면서 메이저사이트도 배당뿐 아니라 부분매각 등을 통한 중간회수에 신경 쓰는 분위기”라며 “통상 인수금융 만기가 3~5년으로 설정되는데 이 시기 엑시트를 놓치면 메이저사이트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이미 메이저사이트의 보유 기간이 길어진 매물이 많아 매각 수요가 M&A 시장 확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주요 메이저사이트 조달 자금만 ‘20조’ 이상, 매수 여력도 충분

메이저사이트는 매도뿐 아니라 매수 사이드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전망이다. 전략적투자자(SI)인 기업들이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 유동성 지키기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대형 메이저사이트 중심으로 투자 여력이 충분한 상태다.

현재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스틱인베스트먼트, IMM프라이빗에쿼티 등 국내 주요 메이저사이트가 조성한 펀드 규모만 15조원을 훌쩍 넘고 있다. VIG파트너스, 프랙시스캐피탈, JKL파트너스, 프리미어파트너스 등도 지난해 주요 기관 출자 사업에서 승기를 잡은 만큼 주요 메이저사이트의 미집행 약정액(드라이파우더)은 20조원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기업의 구조조정 수요도 거래 확대를 기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SK그룹에서만 SK렌터카, SK스페셜티, SK엔펄스 사업부, SK넥실리스 사업부 등 상당수 자산이 정리됐고 이는 모두 메이저사이트가 인수했다. SK IET 역시 잠재 매물로 여겨지며 현재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부와 롯데렌탈 등도 정리를 앞두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겪은 태영그룹도 에코비트를 메이저사이트에 매각해 채무를 정리했다.

업계 관계자는 “LP의 회수 요구와 출자금 소진 요구 등을 고려하면 메이저사이트가 주도하는 M&A 거래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메이저사이트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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