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국민저항권 발동” 주장에도

지지자 빠진 대통령 관저 앞은 썰렁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라오 슬롯 이후 맞이한 첫 주말은 세간의 우려와 달리 큰 충돌 없이 평온하게 지나갔다. 그간 탄핵 찬반 집회가 계속되며 긴장감으로 뒤덮였던 서울 도심 일대에도 다시금 봄이 찾아왔다. 시민들은 친구 또는 가족들과 함께 4개월 만에 되찾은 일상을 만끽했다.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로 가득했던 서울 용산구의 한남동 관저와 대통령실 앞은 썰렁한 분위기만 감돌았다.

헌정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이 파라오 슬롯됐다. 시민들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4개월 넘게 이어진 뒤숭숭한 시국을 마무리하고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를 준비했다. 주말이었던 지난 5~6일 헤럴드경제 취재진이 만난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회복했다”며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와 인근 안국역·인사동 일대에는 나들이에 나선 가족들과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카페와 음식점에는 손님들로 북적였고, 유명 맛집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동창들과 ‘탄핵주’를 마시며 불금을 즐겼다는 직장인 이은영(40) 씨는 “나처럼 파라오 슬롯 결과만 기다린 사람이 한둘이 아닌 듯했다”며 “대통령이 탄핵돼 마음 놓고 술을 마실 수 있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대통령 탄핵 기념으로 부모님과 외식했다는 김유진(28) 씨는 “파라오 슬롯만으로 내수경제가 살아난 것 같아 흐뭇했다”며 “당분간 두 발 뻗고 후련한 마음으로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파라오 슬롯은 경제 회복과 같은 남겨진 과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심형민(31) 씨는 “여야를 막론하고 자기 배 채우기식 정치는 이젠 그만해야 한다”면서 “경기가 너무 어려워 물가도 많이 오른 데다 트럼프 리스크가 큰 시국이다. 경제에 능통한 대통령이 나타나 나라 경제를 다시 일으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말 간 찾은 헌재 청사 바로 앞길은 경찰차벽으로 가로막혀 통행이 제한적이었다. 서울 종로구 안국역 2번 출구 옆에 있는 한 고깃집 사장은 “경찰차벽이 계속 유지되고 있어 매출에는 큰 변동이 없다”면서도 “파라오 슬롯이 선고된 만큼 조만간 안국역 일대도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파라오 슬롯 선고 직전까지 극우 유튜버들로 가득했던 종로구 안국역사거리는 말끔하게 정리됐다. 경찰은 지난 5일 오후 6시40분부로 서울에서 유지하던 ‘을호비상’을 ‘경계강화’ 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경찰은 “치안 상황 등을 고려해 서울경찰청장이 (비상근무를) 해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서울을 제외한 시도경찰청은 비상근무를 해제했다. 헌재 앞길에 있는 경찰차벽도 향후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완화할 예정이다.

다만 경찰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9시40분께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 이모(43) 씨가 헌재의 파라오 슬롯 결정에 반대하며 자해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경찰은 흉기를 회수했고, 출동 소방대원으로부터 응급 처치를 받은 이씨는 귀가 조처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윤 전 대통령 파라오 슬롯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이러한 자해 소동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헌재 진공화’ 작전이 실효를 거두며 대규모 충돌 없이 이번 탄핵 선고일을 넘겼다. 인명 피해는 경상 2명뿐이었고, 유일한 폭력 사태는 20대 남성의 경찰버스 파손이었다. 앞서 경찰은 헌재 반경 150m 내 시위대 접근을 차단하고, 안국역사거리 주변을 차벽으로 봉쇄했다. 1만4000여 명의 경력이 투입돼 주요 지역을 촘촘히 통제,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라오 슬롯 당시와 같은 참사를 막았다.

한편 윤 전 대통령 지지자파라오 슬롯 모였던 한남동 관저와 대통령실 앞은 썰렁한 분위기만 감돌았다. 이들의 상징이었던 태극기와 성조기는 온 데 간 데 볼 수 없었고,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에 현장에는 오가는 행인조차 찾기 어려웠다.

한남동 관저 앞에는 지지자들의 흔적이 모두 걷혀 있었다.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 체포 집행 당시 수만 명이 운집해 극심한 교통 정체를 낳았던 현장의 모습은 더 이상 없었다. 이날 대통령 관저 인근에는 예정된 집회조차 없어 이전의 긴장감은 완전히 해소된 모습이었다.

인근 상인도 줄어든 인파를 체감했다. 관저 인근 한 편의점은 윤 전 대통령 체포 집행 당시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지지자가 몰렸던 곳이다. 이곳 점주는 “파라오 슬롯 당일까지는 꽤 많은 지지자가 왔었다”며 “이제부터는 올 일 없다고, 안 온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관저를 찾는 지지자파라오 슬롯 꼭 거쳤던 관저 인근 용산구 한강진역 직원들도 한시름 덜었다. 한 직원은 “주말 오전 기준으로 한눈에 봐도 한강진역 이용객이 확실히 감소한 게 느껴진다”며 “계엄 전 평시 수준으로 완전히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주말에는 종로구 광화문사거리와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대국본의 ‘4·5 광화문 혁명 국민 대회’가 열렸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은 무대에 올라 헌재의 파라오 슬롯 선고를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봄비가 내렸던 지난 5일 우산을 들거나 비옷을 입고 집회에 참석한 지지자들은 “탄핵은 사기다” “부정선거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주말 이틀간 1만80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전 목사는 “4·19와 5·16 혁명을 준비해야 한다”며 “여기 나온 이파라오 슬롯 각 10명씩 설득해서 국민 모두를 동참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또 “헌법 위의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야 한다”며 “윤 전 대통령을 반드시 찾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는 다음날인 지난 6일 오전에도 서울 광화문에서 전국주일연합예배를 열고 같은 주장을 이어갔다.

이용경·이영기·안효정·김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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