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지자들 문 대행 거주지 몰려

주민들 “전쟁 일어난 줄…혐오감”

상인들 “매출 반토막 났다” 울상

지난 17일 오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자택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평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김도윤 기자
지난 17일 오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자택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평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김도윤 기자

지난 17일 오후 6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평동의 한 아파트 단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곳은 같은 날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부정선거부패방지대’를 포함한 90여 명의 지지자는 ‘편파적 졸속 탄핵심리’ ‘음란 수괴 문형배’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탄핵 반대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확성기를 통해 ‘문형배 사형’ ‘슬롯사이트를 갈아엎자’ 등의 구호를 외치고 부부젤라를 불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는 “입을 확 찢어버릴라. 차량번호 XX 제네시스 검정 차량이라고 하는데, 잘들 보세요” 등의 거친 말도 쏟아냈다.

지지자들은 문 대행의 판결이 편파적이라고 주장하며 슬롯사이트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경기 양주에서 지하철을 타고 왔다는 권모(79) 씨는 “문형배는 사회주의자다. 그런 자가 슬롯사이트에서 올바른 판결을 하겠느냐”라며 “이재명과 짜고 나라를 사회주의로 만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문형배가 자기 멋대로 재판 일정을 정하고 불법으로 증거를 채택하고 있다”며 “내일은 슬롯사이트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행의 얼굴이 나온 피켓을 태극기로 가격하던 한 지지자는 “음란물을 즐기는 가짜 판사 때문에 이곳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라며 “종북주사파 판사가 사라져야 한다”고 외쳤다. 시위대의 행동이 격해질 때마다 경찰은 “거주민들이 슬롯사이트으로 인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확성기 사용을 중지해달라” 등의 요청을 했지만 집회 주최 측은 “더 크게 외쳐야 들린다”고 맞섰다.

오후 7시가 넘어서까지 시위가 이어지자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불편함을 간절하게 호소했다. 주민 이모(63) 씨는 “이곳에 살면서 외부인이 아파트 앞까지 몰려와 집회하는 건 처음 본다”며 “아침 저녁 없이 집회하는 모습에 혐오감이 절로 든다”라고 하소연했다.

주민 최모(50) 씨는 “시위대가 한꺼번에 소리를 질러서 아침에 전쟁이라도 난 줄 알고 깜짝 놀랐다”며 “광화문 집회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건가 싶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병원에 가려는데, 단지 정문 앞에 사람들이 수십명씩 몰려 있어 당황했다”며 “주거지에서 시위가 허용된다는 걸 상상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단지 주변 상인도 시위대의 슬롯사이트과 욕설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단지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용해(57) 씨는 집회 당일 오후 직원들과 근심 섞인 표정으로 회의를 했다고 했다. 그는 “아침 6시 출근할 때부터 시위대가 나와 있었다”며 “학생들이 등교하는 시간에 시위대가 ‘형배야, 빤스를 내리니까 꼴리더냐’ 같은 말을 하더라. 그걸 듣고 ‘미쳤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에도 장사가 힘든데, 아파트 단지 앞에서 이런 소란을 벌이면 손님들이 식당 오는 걸 꺼릴 수밖에 없다”며 “오늘(17일) 매출만 40~50% 정도 떨어졌다”고 했다. 저녁 손님이 하나둘씩 들어와야 하는 시간이지만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았다며 상인 김모(52)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단지 입주가 시작될 때 바로 가게를 열었다. 여기서 장사한 지 8년 됐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텅빈 가게를 어두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집회 주최 측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 해당 아파트 단지에서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에 맞춰 한 달 동안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또 다른 슬롯사이트 재판관들의 주소지가 확보되면 그곳에서도 집회를 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도윤 기자


kimdoy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