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23일까지, 연극 ‘동백당:빵집의 샌즈 카지노 사이트’

연극 ‘동백당:빵집의 사람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연극 ‘동백당:빵집의 샌즈 카지노 사이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헤럴드경제=샌즈 카지노 사이트 기자] “살아있잖아. 우리 지금, 뜨겁게 익어가고 있잖아.”

극장 문이 열리면 달콤한 빵 냄새가 코끝에 와닿는다. 좋은 냄새는 좋은 날의 기억을 불러온다.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을 생애 ‘첫 빵’의 기억이 오븐 안에서 부풀어 오르는 빵 반죽처럼 따뜻하게 피어샌즈 카지노 사이트. 연극은 시작도 전에 그윽한 향으로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빵 굽는 샌즈 카지노 사이트와 함께 무대 양끝에 마련된 객석으로 향하면, 정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연극 ‘동백당:빵집의 사람들’은 1947년 해방 직후 군산의 어느 작은 동네 빵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17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이곳엔 미움을 동력 삼아 생을 견뎠고, 살기 위해 적(일본인)에게 먹거리를 팔았으며, 침탈한 나라에 버려져 숨죽여 지낸 사람들이 공존한다. 각자의 생을 살아내며 서로에게 스미는 사람들, ‘모두가 주인공’인 연극은 샌즈 카지노 사이트 힘과 가치를 나누며 희망을 말한다.

연극 ‘동백당:빵집의 사람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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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군산이라는 공간에서 견뎌낸 삶의 조각들

샌즈 카지노 사이트은 특별한 시간과 공간을 품었다. 1947년이라는 시간, 군산이라는 특정된 공간은 우리가 지나온 역사의 조각들이라는 점을 일러준다.

그 해는 불안과 희망이 공평하게 쌓였다. 1945년 해방을 맞았고, 이듬해 나라 전체를 휘감은 홍수로 열병이 유행했다. 군산에서만 해도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해방은 됐지만, 해방 후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들었다. 3년 뒤엔 한국전쟁까지 맞아야 했다. 그럼에도 삶을 살던 때다.

일제강점기의 군산은 수탈항구였다. 도시의 절반은 일본인에 의해 개발됐지만, 다른쪽 절발은 이 땅을 지켜온 샌즈 카지노 사이트이 가까스로 생을 살았던 가난한 땅이었다. 일본인이 떠난 이곳엔 기술과 물자가 빠져나갔고, 가족과 직업을 잃은 샌즈 카지노 사이트이 근근이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 강제노역에서 가까스로 살아 돌아왔지만 고향에서 직업을 찾을 수는 없었다. 동백당엔 이들의 삶이 있었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안고 군산의 어느 빵집 근처에서 각자의 삶을 사는 샌즈 카지노 사이트이다.

무대는 ‘빵지순례’ 코스로 빠지지 않는 이성당을 품은 군산의 ‘동네 빵집’에서 시작되나, 창작진에 따르면 애초 이야기는 ‘빵’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다. 극본을 쓴 진주 작가는 프로그램북에 “근대 도시의 역사를 공부하던 중 해방 전 운영되던 빵집이 해방 후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며 구상한 이야기”라고 적었다. 여기에 일제를 견디며 살아낸 조선인들, 식민지에 버려지고 남겨진 일본인의 이야기가 더해졌다. “피폐한 상황에서도 살아가기 위해 모이는 샌즈 카지노 사이트의 이야기가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연극 ‘동백당:빵집의 사람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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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과 닮은 빵 반죽…동백당의 위기를 함께 넘는 샌즈 카지노 사이트

무사히 시작되는 오늘의 아침, 샌즈 카지노 사이트의 풍경은 한결같다. 앙상한 겨울 나무 아래 벤치에 일본인 노인(홍윤희)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새들에게 빵조각을 건네고, 그 옆으로 샌즈 카지노 사이트 빵집의 수석 제빵사 공주(황세원)와 보조 제빵사 솔(박소연)이 빵을 굽는다. 작은 사장 여왕림(박윤저)은 손님도 들지 않는 빵집을 쓸고 닦는다.

동백당은 해방 전 일본인에게 빵을 팔며 돈을 벌었다. 빵집의 큰 사장이자 여왕림과 공주의 남편은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마을 샌즈 카지노 사이트에게 자금을 빌려 잠적했다. 남편을 공동소유하는 두 아내라는 설정으로 빚어지는 마찰은 이 연극의 ‘웃음 유발’ 포인트이기도 하다.

해방 이후 빵을 사던 일본인이 떠나자 빵집은 빚 독촉에 허덕이며 매일을 밤낮 없이 빵을 굽는다. 성실한 오늘은 내일이라는 희망이 만들었다. 하지만 위기는 시시각각 찾아온다. 야심차게 치즈케이크 시식회를 준비해 빵집을 되살리려 했지만, 맛을 본 샌즈 카지노 사이트이 고객 유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설상가상 치즈케이크 음모론까지 퍼진다. 심지어 빚쟁이들은 오븐까지 가져가며 동백당의 손발을 묶고, 동네빵집을 위협하는 대형 제과점까지 들어오며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곳의 위기와 갈등을 조장하는 인물이 동백당 행랑아범의 아들 이씨(김승환)라는 설정은 안톤 체홉의 ’벚꽃동산‘을 연상케 한다.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신흥계급이 등장하는 시대라는 점이 이씨를 통해 그려진다.

동백당이 ‘위기’를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샌즈 카지노 사이트 힘’이다. 첫 고비가 찾아왔을 때 여왕림과 공주는 빵집 협동조합을 만들고 마을 사람들과 동백당의 지분을 나눠 갖는다. 직업을 잃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 일을 하고 가족을 만들며 다시 내일을 꿈꾼다. 동백당의 빵은 단지 생계수단이 아니라 새날을 향한 희망이다. 정성 들여 치대고 또 치대 적당히 쫀쫀해진 빵 반죽은 좌절과 실패, 희망을 연료 삼아 자라난 우리의 삶과 닮았다.

연극 ‘동백당:빵집의 사람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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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주인공’…복작거리는 풍속화 같은 샌즈 카지노 사이트

무대 위로 펼쳐놓은 장면 장면은 김홍도의 풍속화나 네덜란드 작가 피테르 브뢰헬의 그림 같다. 가로로 길게 이어진 직사각형의 무대엔 많게는 16명의 배우가 올라온다. 복작거리며 모여든 샌즈 카지노 사이트은 각자의 일을 하며,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고 받는다.

대다수의 콘텐츠가 성별을 떠나 한두 명의 주인공을 앞세우고 이들의 관계성과 사건 사고를 보여주며 인물의 성장을 그려가나, ‘동백당:빵집의 샌즈 카지노 사이트’은 제목처럼 ‘샌즈 카지노 사이트’ 모두가 주인공이다.

창작진은 이들 모두를 소외하지 않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부여했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상처와 가치관을 가지고, 주어진 삶에서 성장의 시간을 마주한다. 이상과 윤동주의 정신을 품고 상실과 결핍의 삶을 살던 지식인 아들 산(윤일식)도, 의상 디자이너를 꿈꾸며 빵집 일은 도왔지만 빵 만드는 일엔 소질이 없어 자존감이 무너졌던 강(양나영)도, 눈물을 달고 살던 보조 제빵사 솔도, 자전거를 타며 새로운 살을 꿈꾸는 길(어성욱)도 한 뼘씩 자란다. 버려진 일본인 후유에(서미영)와 그를 가족으로 맞은 이씨, ‘미워해야 하는’ 일본인이 가족이 돼 따돌림을 당하는 이씨의 아들 석(곽진우, 조마리)도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는 과정을 만샌즈 카지노 사이트.

사실 이 연극은 평범하다. 화려한 무대도, 스타 배우도 없다. 사람 사는 샌즈 카지노 사이트가 그득한 이야기는 마음의 온기를 주지만, 끊임없이 도파민을 추구하는 시대엔 잔잔하기 그지 없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연극은 속도감을 가지고 이어진다. 이야기를 꺼내고 풀어가는 방식이 매력적이다. 동백당 샌즈 카지노 사이트은 크고 작은 일들을 겪지만, 시련 속으로 자신을 침몰시키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대할 땐 ‘따뜻한 거리감’을 유지한다. 관심과 위로를 앞세워 성급하게 개입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도리어 그들의 삶이 ‘있는 그대로’ 존재할 수 있었다.

‘동백당의 위기’라는 큰 줄기에 등장인물 숫자 만큼의 이야기가 이파리처럼 피어나도 연극은 산만하지 않다. 각 인물들이 특정 장면에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이야기가 온전한 형태로 마침표를 찍기 때문이다. 인물의 성장담을 담백하게 보여주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넘어선 샌즈 카지노 사이트와 화해, 포용의 과정까지 담담히 그린다. 자전거를 타는 것에 삶을 빗대 위로를 나누는 강과 길, 서로의 성장을 끌어내는 솔과 산, 나란히 앉아 빵을 먹는 일본인 노인과 강제징용 후 귀환한 덕(이선휘), 노인처럼 새들과 빵을 나누는 솔의 모습이다. 이들이 그린 삶의 장면들은 연극의 주제의식인 샌즈 카지노 사이트와 공존의 가치를 일관성 있게 드러낸다. 이 연극이 구조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이유다.

연극 ‘동백당:빵집의 사람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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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을 어루만지는 연극…관객 사이에도 번지는 샌즈 카지노 사이트

연극은 오감을 자극한다. 시작도 전에 빵샌즈 카지노 사이트가 솔솔 풍기고, 무대 위에선 강과 길이 자전거를 탈 때마다 바람이 불어온다. 그 때마다 따뜻한 추억이 될 음악이 반복적으로 함께 흐른다. 동백당 사람들이 새로운 빵을 성공적으로 만들면 관객은 시식회에 초대받은 손님이 된다. 빵집 사람들은 객석을 찾아와 치즈케이크과 솔(부추)빵을 나눠준다. 관객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동백당과 그들의 이야기에 젖어든다.

따뜻한 정서와 메시지를 담은 대본이 관객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은 연출의 힘이 크다. 연극은 무대 구성부터 독특하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의 객석을 텅 비우고 무대 위에 관객들의 자리를 배치했다. 연극이 펼쳐지는 직사각형 공간을 중앙에 두고 양 끝에 관객석을 뒀다. 관객은 서로를 마주하며 연극의 정서를 공유한다. 동백당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무대 너머 저마다의 오늘을 살아가는 반대편 객석에 앉은 타인의 얼굴이 눈에 담긴다. 관객과 관객 사이에도 샌즈 카지노 사이트와 희망이 피어난다. 그것이 이 연극의 힘이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