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P 방식 600억원 차입 시도
기존 채권자 변제 순위 밀릴듯
슬롯사이트 절차 공정성 도마에 올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슬롯사이트 사태 해결을 위해 600억원 규모의 대출 지급보증에 나서지만 시장의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채권자에게 돌아갈 몫은 여전히 없을뿐더러 대기업 협력사 또한 배제됐다. 이번 추가대출 추진으로 인해 슬롯사이트 도출 난이도가 높아졌고, 수립되더라도 채권단 동의 여부는 미지수로 남았다. 슬롯사이트 통과 불발시 재판부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PEF) 운용사 큐리어스파트너스로부터 DIP(Debtor In Possession) 파이낸싱 방식 대출을 추진 중이다. DIP 금융이란 슬롯사이트절차를 개시한 기업에 운영자금 등 명목으로 자금을 대여해주는 것을 뜻한다.
다만 DIP 파이낸싱이 구제금융 성격을 갖고 있음에 실제 슬롯사이트를 구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우선 고금리 대출로 인해 홈플러스는 이자 이외에도 상환 부담이 더 생긴다. 홈플러스가 갚아야 하는 돈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게다가 슬롯사이트에 대한 찬반 의견을 낼 수 있는 채권단이 문제제기할 가능성 또한 커졌다. DIP 대출은 변제순위가 앞서는 공익채권으로 분류돼 담보권자의 우선권을 명시한 채무자회생법(제217조) 법리를 다퉈볼 여지가 더해졌다는 평가다. 이처럼 슬롯사이트이 채권자 반대로 통과 불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회생법원의 판단에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시장 관계자들은 재판부가 홈플러스의 슬롯사이트을 강제인가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강제인가란 채권자의 동의율이 충족하지 않더라도 슬롯사이트을 재판부가 강제로 인가하는 것을 뜻한다.
이번 차입이 이뤄지면 기존 채권자들은 그만큼 변제 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MBK파트너스가 주도하는 슬롯사이트에 동의할 명분이 사라지는 셈이다.
강제인가가 이뤄질 경우 담보권자와 채권자의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 슬롯사이트를 파산시키지 않고 구제하기 위해 법원이 채무를 대폭 탕감하기 때문이다. 담보권자들은 강제인가에 반발해 즉시항고할 수 있지만, 적어도 수개월에 이르는 법정공방을 지속하며 시비를 다툴 수밖에 없다.
시장 관계자는 “MBK가 명분을 쌓은 뒤 법원을 통해 채무탕감 등 원하는 카드를 얻고 강제슬롯사이트를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짚었다. 노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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