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C 영·정조때 등장 ‘대호백자’

비대칭 속 자연스러움·여백이 특징

日 미학자 소개…국제적으로 첫 주목

김환기 손길 거치며 달우리 카지노로 명명

현대미술 ‘비움 미학’과 맞닿아 인기

못난이 우리 카지노…미학적 의미 재질문

[0.1초 그 사이]는 역대급 우리 카지노 자랑하는 작품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찰나의 순간’으로 승부가 나뉘는 치열한 미술 시장에서 선택받은 그림들, 그 안에 얽힌 속사정을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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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미술품 경매에서 60억원에 판매된 달우리 카지노. 달우리 카지노 경매가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달우리 카지노다.  [크리스티]
지난 2023년 미술품 경매에서 60억원에 판매된 달우리 카지노. 달우리 카지노 경매가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달우리 카지노다. [크리스티]
우리 카지노

2023년 3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크리스티 경매장에선 보름달을 닮은 우윳빛 도자기를 두고 숨 막히는 눈치싸움이 벌어졌습니다. 경합은 예상보다 길어졌습니다. 웃돈을 얹고 구매하겠다는 ‘콜’이 쏟아지면서, 이 도자기를 둘러싼 ‘머니게임’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죠.

“이제 더 없으신가요?” 마침내 경매사가 경매봉을 두드리며 알린 최종 낙찰가는 우리 카지노원(구매 수수료와 세금 포함). 당초 추정가(13~26억원)의 두 배 이상을 웃도는 놀라운 금액이었습니다. 그렇게 꾸밈없이 담백해 보이는 이 도자기는, 정체를 끝내 밝히지 않은 한 컬렉터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이 도자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로 ‘달우리 카지노’입니다. 그것도 역대급 비싼 가격에 팔린 달우리 카지노죠.

조선 후기 양반과 선비의 소박한 취향을 대변하던 달우리 카지노는 이제 세계적인 미술 시장에서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핫템’으로 떠올랐습니다. 청빈의 상징인 백자, 그중에서도 무심한 아름다움을 담은 바로 이 달우리 카지노가, 어떻게 현대미술 시장에서 이토록 높은 몸값을 얻게 된 걸까요.

그 뒤에는 현대미술 시장의 트렌드와 컬렉터들의 안목, 그리고 문화적 재해석이 얽혀 있습니다.

김환기의 ‘우리 카지노’(1955-56·왼쪽) [환기재단·환기미술관]
김환기의 ‘우리 카지노’(1955-56·왼쪽) [환기재단·환기미술관]

‘우리 카지노 미학’에서 선택 받은 미술품으로

달우리 카지노는 조선 후기인 17~18세기 영·정조 연간에 잠시 등장했던 백자입니다. 원래 명칭은 ‘백자대호(白磁大壺)’. 다른 도자기와 달리 높이가 40㎝를 넘는 크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 둥그런 백자는 완벽한 원형이 아닙니다. 미묘하게 비틀리고 약간 일그러져 있죠.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위와 아래, 두 개의 반구형 도자기를 따로 빚어 하나로 잇는 제작 방식으로 생긴 결과인데요. 그런데 이 비대칭 속에 조선 고유의 미감이 스며 있습니다. 통제된 균형보다는 자연스러움을, 완벽함보다는 구수한 여백을 추구한 것이죠. 중국과 일본의 도자기에서는 볼 수 없는 조선 달우리 카지노만의 특징입니다.

이 소박한 백자가 처음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된 배경에는 일본의 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가 있었습니다. 그는 그간 저평가된 백자대호를 ‘무명의 장인이 빚어낸 조선의 순수한 아름다움’이라 칭하며 일본과 서구에 소개했죠. 1920년대 즈음 입니다.

훗날 그는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내게 조선 물건 따위를 모으는 짓을 하는, 보는 눈이 없는 놈이라고 험담을 했다. 당시 고려자기의 명성은 여전히 높았고, 조선은 말기의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조선미술론은 일본의 예술계와 도예가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들은 앞다퉈 백자대호를 수집했고, 이후 서구의 미술관과 컬렉터들에게까지 그 가치가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1950년 초반,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1913~1974) 화백이 백자대호에 달우리 카지노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순백의 색감과 둥근 형태가 보름달을 닮아서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하죠. 달우리 카지노는 그에게 단순한 백자대호의 별칭,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습니다. 달우리 카지노 마니아였던 김 화백은 자신의 화폭에 달과 구름, 새, 매화 등과 함께 달우리 카지노를 자주 등장시켰죠.

이내 달우리 카지노를 향한 김 화백의 애정은 그의 친구이자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었던 최순우 선생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최 선생은 1963년 한 언론 기고문에서 ‘달우리 카지노’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거든요.

그러다 2000년대 들어선 달우리 카지노를 단순한 도자기가 아닌 ‘예술’로 바라보는 학술적인 재조명이 이어졌습니다. 2000년 런던의 영국박물관은 한국실을 새로 열며 18세기 달우리 카지노를 소개했는데요. 당시 ‘Moon Jar’라는 이름으로 백자대호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국제적인 인식을 넓히는 데 기여합니다.

2005년엔 국립고궁박물관이 문을 열며 ‘백자 달우리 카지노’ 특별전을 마련해 달우리 카지노 9점을 한자리에 선보였고요. 2011년엔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백자대호 7점의 명칭을 ‘백자 달우리 카지노’로 바꾸며 공식적으로 정체성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로써 달우리 카지노는 한국이 품격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는데요.

그러자 미술 시장에서도 달우리 카지노를 바라보는 시선이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희귀성이 점차 강조되면서 달우리 카지노가 고가에 거래되기 시작했거든요. 그 결정적인 전환점은 크리스티와 소더비 같은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일어났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수억원대에 머물렀던 달우리 카지노는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10억원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30억~40억원대에 낙찰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고요. 지난달에 크리스티가 진행한 경매에서도 달우리 카지노가 경합 끝에 41억원에 낙찰됐습니다.

그렇게 달우리 카지노는 그 자체로 예술이자 브랜드이며, 한국적 아름다움의 정수를 말하는 하나의 상징으로 완전히 자리 잡게 된 겁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달우리 카지노 모양의 성화대가 세계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우리가 달우리 카지노에 매료되는 이유를 미학적으로 분석한 논문만 해도 4000건 이상일 정도죠.

미국 덴버박물관이 구입한 스티븐 영 리의 작품 달우리 카지노  [국립중앙박물관]
미국 덴버박물관이 구입한 스티븐 영 리의 작품 달우리 카지노 [국립중앙박물관]

흠 없는 아름다움에 던지는 질문

그런데 이 시점에서 문득 이런 의문이 피어오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수많은 고미술품 가운데 ‘왜 달우리 카지노냐‘는 겁니다. 다시 말해 수많은 백자 중에 백자대호가 왜 오늘날 그토록 빛나는 가치를 가진 예술품으로 떠올랐냐는 건데요. 그 답을 단정하긴 어렵지만, 분명한 건 달우리 카지노의 미학인 ‘말간 단박함에 깃든 깊이’를 지금 이 시대가 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달우리 카지노는 그 자체로 어떤 개념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장식을 지운 순백의 곡면, 좌우가 살짝 어긋난 둥근 형태. 완벽하지 않기에 더욱 완전해 보이는 그 비대칭의 아름다움은, 현대미술이 지향하는 ‘비움’의 미학과 맞닿아 있거든요. 단순히 덜어낸 것이 아니라, 덜어냄으로 울림을 준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무엇인가를 채워 넣고 싶은 충동을 꾹 눌러야만 가능한 미덕, 그 절제 속에 달우리 카지노는 존재합니다.

여기에 현대미술 컬렉터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변화도 주목할 만합니다. 그들은 단순히 오래된 유물을 소장하는 데서 만족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그 유물이 현대적 감각과 어떻게 공명하느냐, 또는 전 세계적인 미감의 흐름과 어떤 대화를 나누느냐에 주목합니다. 그런 점에서 달우리 카지노는 특별한 위치를 점합니다. 단순함 속의 심연, 조용한 곡선이 주는 명상적 감각은 (미국 미술계에서 인기가 가히 폭발적인) 마크 로스코의 색면, 도널드 저드의 구조처럼 시각적 최소화 속에서 감정의 최대치를 이끌어내는 현대미술의 언어와 놀랍도록 닮아있거든요.

그렇게 달우리 카지노는 조선에 만들어진 백자대호라는 시간적 범주를 넘어, 지금 여기의 미감과 철학을 담아내는 ‘살아있는 오브제’로 거듭난 셈입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 이 시대의 달우리 카지노가 다시 빛나는 이유일지도 모르고요.

지난 2013년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크리스티 경매에서 달우리 카지노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지난 2013년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크리스티 경매에서 달우리 카지노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이처럼 달우리 카지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 백자를 향한 시선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완전무결의 한국미이자 민족적 자부심으로 추앙받는 달우리 카지노를 일부러 파손하거나 일그러뜨린 ‘못난이’ 달우리 카지노들이 전시장에 등장하고 있거든요. 표면을 따라 군데군데 갈라진 금이 보이거나, 조각난 틈을 가까스로 이어 붙이거나, 굽다가 일그러져 망가진 듯한 달우리 카지노 작품들을 유명 전시에서 종종 만나볼 수 있게 된 건데요. (가마에서 깨졌거나 갈라졌거나 뒤틀린 우리 카지노들의 몸체에 새빨갛거나 시퍼런 유약을 바른 달우리 카지노 작품도 있습니다.)

이런 달우리 카지노(를 모티브로 한 현대미술품)가 하고 싶은 말은 명확합니다. ‘달우리 카지노가 한국적 아름다움의 표상이라는 믿음이 허상은 아닐까’하는 질문이죠. 달우리 카지노에 늘 따라붙는 순수함이라는 이상이 과연 오늘날에도 진실이냐는 겁니다. 그러니까 달우리 카지노를 둘러싼 현대미술이 지금, 그 의미를 다시 묻고 있는 겁니다. 그 질문은 미술 시장이라는 또 다른 무대 위에서도 이어지고 있고요.

미술 시장은 한순간의 선택으로 작품의 운명이 갈리는 곳입니다. 때로는 권력의 과시가 되고, 어떤 순간엔 정체성을 투영하는 거울이 되며, 다른 순간에는 투기의 수단이 되기도 하죠. 그 짧은 시간 내에 누군가는 수십억원을 던지고, 어떤 작품은 단숨에 세기의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미술품 경매장은 인간의 숱한 욕망이 가장 농밀하게 드러나는 장인데요.

확실한 건 달우리 카지노는 그러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택받은 예술’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시간을 품고, 미감을 드러내며, 숱한 이야기를 담아낸 이 백자는 이토록 먼 길을 건너와 우리 눈앞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또 다른 찰나의 순간에서 달우리 카지노는 다시 한번, 새로운 이야기를 건넬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그 순간을 기다려볼 뿐입니다.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